동이 트기 전 출발해 일출을 쫓다
오프로드 지프는 어두운 산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창밖은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짙은 안개 사이로 앞차의 후미등만 이따금 깜빡였다. 양옆의 산은 안개에 잠겨 있었고, 자갈을 밟는 타이어 소리만 낮고 고요하게 밤공기를 울렸다. 페난자칸산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은 계속 내려갔다. 나는 두 손을 소매 안에 넣고 방금 산 따뜻한 음료를 꼭 쥐어 몸을 녹였다.
전망대 근처에 도착한 뒤에도 진짜 산행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이 이미 좁은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손전등을 든 사람도 있었고, 두꺼운 담요를 두른 사람도 있었으며, 일출을 놓칠까 걱정하며 숨을 고르고 계속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사람들을 따라 올라갔지만, 중간쯤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계곡은 아직 짙푸른 어둠 아래 잠들어 있었고, 멀리 있는 화산들은 희미한 윤곽만 드러냈다.
그 순간 문득, 우리가 단순히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하나의 세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름 위, 세상이 황금빛으로 물들다
지평선에 첫 빛이 나타나자 전망대에 있던 모두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하늘은 짙은 파랑에서 부드러운 보랏빛으로, 다시 은은한 분홍과 주황으로 천천히 변해 갔다. 구름바다가 계곡을 덮고 있었고, 멀리 세메루산이 서 있었다. 브로모 화산의 검은 분화구도 아침 안개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황금빛 햇살이 산등성이를 넘어 화산재로 덮인 대지를 비추었다.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울 만큼 바람이 강했지만 나는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을 담았다. 사진 속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볼은 찬 바람에 살짝 붉어져 있었다. 출발 전에 상상했던 완벽한 여행 사진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도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정성껏 포즈를 잡아 만든 사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정말로 일어나 어둠을 지나고 산꼭대기까지 올라 마침내 이곳에 도착했다는 증거였다.
눈앞의 풍경은 부드러운 초원이나 눈부신 해안선과는 전혀 달랐다.
거칠고 고요했으며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생명력으로 가득했다.
모래바다를 건너 화산 가까이로
일출을 본 뒤 우리는 지프를 타고 텡게르 모래바다로 들어갔다.
아침 햇살이 잿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대지 위로 내려앉았고, 바퀴가 지나갈 때마다 작은 화산재 구름이 피어올랐다.
멀리 보이는 브로모산은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로 모래바다 한가운데 서자 이 광대한 대지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프에서 내린 뒤에는 분화구를 향해 계속 걸었다.
길에는 그늘을 만들어 줄 나무도, 화려한 색의 식물도 거의 없었다. 바람은 먼지를 신발과 옷, 배낭 속까지 밀어 넣었다. 몇 걸음마다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가늠했다.
화산 계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가빴다.
마지막 오르막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공기에는 희미한 유황 냄새가 감돌았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화산 안쪽에서 들려오는 낮은 울림이 더욱 선명해졌다.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땅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숨 쉬고 있는 듯했다.
분화구 가장자리에 서다
마지막 계단을 오른 뒤, 마침내 브로모 화산의 분화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거대한 회색 구덩이가 땅속 깊이 이어져 있었고, 아래쪽 균열에서는 하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난간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영화처럼 극적인 용암 분출은 없었지만, 그 압도적인 존재감은 어떤 환상적인 장면보다 강렬했다.
이 화산이 완전히 잠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별빛 나침반을 가슴에 대고 바늘이 살짝 움직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저 화산 주변의 자기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오래된 대지 아래 어딘가에 정말로 미지의 에너지가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곧바로 답을 찾지 않았다.
여행 중 만나는 어떤 수수께끼는 그날 바로 풀 필요가 없다.
기억 속에 남겨 두면 언젠가 다음 모험을 시작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여행의 끝에서
브로모를 떠날 때 신발 안에는 화산재가 가득했고, 머리는 바람에 엉켜 있었으며, 카메라 렌즈 위에도 얇은 먼지층이 내려앉아 있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한밤중에 일어나 추위와 강풍을 견디고, 모래와 비탈길, 끝없는 계단을 계속 지나야 했다.
하지만 마침내 구름바다 위에 서서 햇살이 화산과 계곡, 멀리 있는 산들을 동시에 밝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가 쫓는 것은 일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 밖의 한순간,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다시 느끼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용기가 아직 우리 안에 있음을 확인하게 해 주는 순간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로모산은 부드러운 방식으로 나를 맞아 주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과 날리는 모래, 땅속의 낮은 울림, 그리고 장엄한 일출로 내게 말했다.
어떤 풍경은 어둠을 걸어낸 뒤에야 비로소 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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